The Golden Pencil

\"오늘은 파버 이야기를 좀 해야겠네. 이 연필은 이상적이라고 할 만큼 단단하면서도 매우 부드럽고 목공용 연필보다 색감도 훨씬 좋아. 언젠가 재봉사 소녀를 그릴 때 이 연필을 썼는데 석판화 같은 느낌이 정말 만족스럽더라고.
부드러운 삼나무 소재의 짙은 녹색 연필이지.\" 눈부신 색채와 격렬한 터치로 유명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그의 친구에게 보낸 편지의 한 부분이다. 또한
<양철북>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귄터그라스도 파버 카스텔 예찬론자.
그는 \"초록색에 금박을 박은 카스텔 9000은 너무 딱딱하지도 너무 무르지도 않아 활기찬 영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좋다\"고 했다. 특히 그는 3B 연필을 애용하여 <양철북> 역시 카스텔 9000으로 썼다고. 영혼의 화가 반 고흐, <양철북>의 작가 귄터 그라스가 즐겨 쓴 연필 파버카스텔.오늘날 한 해에 무려 18억 자루의 연필을 만드는 세계 최대 나무 연필 제조업체의 성공 신화에는 이렇듯 예술가들의 진한 애정이 숨어 있다.

세계적인 장수 기업 파버카스텔의 역사는 17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버카스텔의 창업자는 당시 가구 제조업자였던 카스파르 파버. 가구 장인의 연필 제조업 도전인 만큼 미약하게 시작된 사업은 그의 아들인 안톤 윌헬름 파버에
이르러 확장되었다. 그리고 가업을 잇는 가족 회사 파버카스텔은 3세대 때 사업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큰 어려움을 겪다가 4세대 로타 폰 파버의 육각형 연필 개발로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책생에서 잘 굴러떨어지는 원형의 불편함을 개선해 육각형으로 고안된 연필이 성공하자 로타 폰 파버는 세계 최초로 연필에 브랜드 개념을 도입했다. 현재 파버카스텔에서 사용하는 연필심의 강도(H, B)는 이때 확립된 것인데, H 숫자가 높을수록 단단하며 B의 숫자가 높을수록 짙은 연필을 뜻한다. 견고한 파버카스텔의 연필은 3kg 이상의 하중을 견딜 만큼 강성이 높고 흑연과 점토의 배합 비율이 탁월해 특허로 보호받고 있다. 로타 폰 파버의 성공 이후 가업을 이어받은 윌헬름 폰 파버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사업은 6세대인 알렉산더 그라폰 파버 카스텔로 이어졌다. 현 회사명인 \'파버카스텔\'은 이때 확립된 것으로 로타 폰 파버의 손녀인 바로니스 오틸리에 폰 파버와 독일의 유서 깊은 귀족 가문인 알렉산더 카스텔 루덴한센 백작의 결혼으로 성립된 것. 7세대 롤랜드 그라폰 파버 카스텔은 유럽 자유 무역 국가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아일랜드에 연필 공장을 세우고 프랑스에 지사를 두는 등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시켰다. 이후 \'연필계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파버카스텔의 현 회장 안톤 볼프강 파버 카스텔은 브랜드의 위치를 확고히 다졌다. 그는 프리미엄 필기구인 \'그라폰 파버카스텔\'을 개발해 파버카스텔 마니아를 만들어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가업으로 8대를 이어온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필기구 회사이자 장인 정신으로 필기구의 역사를 이끌어가는 브랜드 파버카스텔. 세계적인 문인, 화가, 건축가들이 사랑한 파버카스텔 연필에는 역사와 과학이 담겨 있다. 수백 년 동안 변함 없이 지켜온 전통뿐 아니라 쉼 없는 연구를 거듭해 최고 품질의 연필을 탄생시킨 것. 파버카스텔은 연필로 시작해 현재 만년필, 그림물감, 파스텔 등 각종 문구류는 물론 화장품 분야에도 진출했다. 쓰는 이에게 부드러운 나무의 감성을 전달하며 작품에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연필, 파버카스텔의 역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월간 AVENUEL 2009년 1월호 기사 中